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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의 아카사카 구락부에는 세상의 모든 골동품들이 모여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나의 추억도 숨 쉬고 있다. 이번에 후쿠오카에 가면 다시 추억을 따라 그곳에 가고 싶다.

내가 여행을 하는 방법

후쿠오카는 대구에서 살면서 서울 가는 횟수보다 더 많이 갔을 것 같다. 사실 대구에 살면서 하는 일도 대구에 있다면 서울에 갈 일은 딱히 없다. 어쩌다 한 번씩 일 때문에 가지만 일부러 놀러 가는 게 아니라면 바로바로 내려왔으니까. 하지만 일본은 내게 하나의 휴식처 같은 곳이었다. 잠깐잠깐 틈을 내어서 다녀올만한 짧은 거리의 여행지인 곳, 혼자 다녀도 치안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곳, 맛있는 빵과 커피가 있는 곳. 내게 일본은 그런 곳이었고 특히 후쿠오카는 일본의 여러 도시중에서 가장 편했다. 나는 여행을 하면 그곳이 비록 일본이어도 좋았던 장소라면 그다음에 갈 때 또 그곳을 찾게 되더라. 한번 갔으니까 이번엔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아니라 그곳이 좋았으니까 질릴 때까지 가보자 뭐 그런 주의다. 제일 처음 일본 여행은 후쿠오카가 아니고 교토였다. 그래서 내리 몇 년을 교토에 다녔었고 그러다가 후쿠오카로 옮겼을 때 교토보다 작아서 더 편했던 것 같다. 그리고 여행을 하면 꼭 인근 소도시를 같이 여행하는 게 내 여행 방법 중 하나다. 예를들면 후쿠오카에서는 히타, 야나가와, 나가사키 같은 인근 도시를 다녀 온다.

후쿠오카 빈티지 소품샵 -아카사카 구락부-

솔직하게 이 집을 찾은 건 내게 행운이다. 이곳을 알게 된 시기가 내가 빈티지 찻잔을 모으던 시기였고 이런 것들을 구경하는 재미에 빠졌을 때였기 때문이다. 후쿠오카 시청에서 출발하는 오픈탑 버스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우연히 이 집 앞을 지나갔었는데 간판도 없는 집이라 다시 이곳을 찾아갈 때는 근처에 뭐가 있었는가를 생각하며 더듬어서 올라가야 했다. 이 가게에 갔을 때는 실소가 저절로 나왔다. 매장 안에는 많아도 너무 많은 물건들이 천장까지 쌓여 있었다. 오죽하면 주인이 매장 안에 있지 못하고 밖의 커다란 가로수 아래에 의자를 두고 앉아 있을까. 그렇다 보니 우천 시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사장님은 저렇게 창 넓은 모자를 쓰고 오로지 나무 그늘에 의존해서 앉아 있기 때문에 비가 오면 매장밖에 그나마 더 쓸모 있는 물건들을 진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건을 구경하고 보고 싶으면 그녀에게 저거 꺼내 달라고 한 뒤에 받아서 봐야 되는 그런 시스템이다. 그래서 더 보물 찾기를 하는 기분이다. 그렇게 나는 후쿠오카에 갈 때마다 그 곳에서 보물찾기를 하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구입한 찻잔들이 제법 많이 모이게 되었다. 어느 해 여름 또 그곳을 찾은 나는 그녀에게 여기서 구입해간 찻잔을 잘 쓰고 있다면서 실생활에 사용하고 있던 찻잔 사진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더니 너무 좋아했었다. 그리고 당분간 직장 때문에 외국 근무를 해야 된다고 여기는 못 올 거라고 이야기했더니 자신은 튼튼하고 건강하니까 이 자리에 있을 거라며 언제든지 오라고 연락처를 건네주었다. 그러면서 내가 만지작거리던 제품을 선물이라면서 내게 안겨 주었다. 그때의 감동이라니. 그게 그녀와의 마지막일 것 같았었는데 나의 중국 근무는 캔슬이 되었고 그 즈음의 일본 여행은 후쿠오카보다 교토를 더 많이 다니게 되었다. 그러다가 다시 후쿠오카에 가게 되었을 때 나는 그녀에게 작은 선물을 준비해서 갔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계속 비가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했고 결국 매장까지 갔지만 그녀를 만날 수는 없었다. 나는 번역기를 돌려가며 쇼핑백 가방에 내가 다녀간다는 편지를 빼곡하게 써두고 문 고리에 선물을 걸어 두고 발걸음을 돌렸다.

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다시 후쿠오카로 갔을 때 다시 빈티지샵에 갔었다. 그날 그녀는 내가 다녀 가면서 문고리에 걸어 둔 작은 선물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복잡해터진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서 시원한 음료와 과자를 차려서 들고나왔다. 덥고 습했던 후쿠오카를 돌아다닌다고 힘들었는데 고마웠었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도 나는 그녀의 매장에서 몇가지를 구입해서 왔다. 이후 코로나 때문에 일본에 못 가게 되면서 그녀가 계속 매장을 운영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해서 가끔씩 구글 지도로 검색을 해보곤 했다. 이 곳을 검색하면 나오지 않아도 후쿠오카의 유명한 카페인 카페 비미 바로 아래쪽이어서 찾는 게 어렵지는 않다. 곧 후쿠오카에 갈 예정이라 나는 그녀를 만나러 가고 싶은데 혹시 비가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더불어 그녀가 매장을 운영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같이 든다. 어쨌든 내가 후쿠오카에 가면 만나고 싶은 사람이 생긴 것인데 우리의 인연은 만나질 인연인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가봐야겠다. 다시 만나게 된다면 너무 반가울 것 같다. 나의 추억이 담긴 그곳이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켜주었으면 하는 게 나의 작은 바람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