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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없이 훌쩍 떠나온 1박 2일 바르셀로나 여행. 구엘공원에서 가우디의 숨결을 가득 느끼고 나니 다리도 뻐근해지고, 슬슬 쉬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의 고풍스러운 골목골목을 지나 카탈루냐 광장 근처로 돌아다니다 무작정 근처의 한 카페로 들어갔다.

 

 

1. 160년의 시간이 머무는 곳, 카페 취리히(Café Zurich)

우연히 들어간 곳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은 바르셀로나에서 엄청난 역사를 지닌 '카페 취리히(Café Zurich)'였다! 무려 1862년에 문을 열어 160년이 넘게 카탈루냐 광장의 터줏대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 바르셀로나 현지인들에게는 "취리히 앞에서 보자"라는 말이 공식 약속 장소로 통할 정도라고 한다.

카페 내부는 고풍스러운 목재 바와 빛바랜 액자들이 어우러져 클래식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화려한 카페가 아니라, 신문을 읽거나 담소를 나누는 현지인들로 가득해 '진짜 스페인'의 일상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진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지친 다리를 달래니, 즉흥 여행이 주는 뜻밖의 선물에 피로가 조금은 풀리는 듯했다.

 

2. 활기 넘치는 미식 천국, 보케리아 시장(Mercado de La Boqueria)

커피로 에너지를 살짝 충전한 후, 바르셀로나의 대표 전통 시장인 '보케리아 시장(Mercat de La Boqueria)'으로 향했다. 입구의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장식과 엄청난 인파가 시장의 활기를 대변해 주었다.

  • 눈과 입이 즐거운 먹거리: 노점마다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소고기와 닭고기 부리토, 두툼한 고기구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스페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다양한 올리브도 종이 꼬깔에 담겨 눈길을 끌었다.
  • 골목마다 만나는 소소한 풍경: 시장 주변 골목길을 거닐다 만난 벽면의 유쾌한 그림 등, 스페인 특유의 낭만적이고 이국적인 건축물과 거리 풍경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3. 즉흥 여행의 현실과 컵라면의 위로

사실 파리에서부터 며칠간 이어진 일정을 소화한 데다, 아무런 계획도 정보도 없이 훌쩍 날아온 스페인이라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었나 보다. 스페인의 악명 높은 소매치기 우려에 온 신경을 세우고 다니다 보니, 저녁 무릅이 되자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피로가 한 번에 몰려오며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급하게 뒤늦게 예약한 숙소는 지불한 금액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이라 문을 열자마자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아, 하룻밤만 자고 가니 정말 다행이다' 싶을 만큼 아쉬웠지만, 이것 또한 준비 없이 떠나온 즉흥 여행의 현실이자 묘미 아니겠는가.

화려한 스페인 요리로 저녁을 먹을 힘도 남아있지 않아, 숙소 근처 마트에서 신라면 컵라면과 초밥 세트를 사 들고 돌아왔다. 낯선 스페인의 열악한 숙소 침대에 앉아 후후 불어 마신 뜨겁고 매콤한 신라면 국물 한 모금. 그 어떤 미슐랭 레스토랑의 요리보다 지친 마음과 육체를 확실하게 다스려주는 완벽한 치료제였다.

지친 몸을 얼큰한 국물로 달래고 나니 긴장이 스르르 풀렸고, 그대로 깊은 꿀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스페인에서의 다채로웠던 첫날밤이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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