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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다고 여행을 망설일 필요가 있을까?”

작년 파리 일정 중, 문득 스페인이 생각났다. 계획 따위는 없다. 단 1박 2일! 즉흥적으로 비행기 표를 끊고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짧은 일정인 만큼 우왕좌왕 난리도 아니었지만, 그만큼 가슴 뛰고 생생했던 바르셀로나 첫째 날의 기록을 풀어본다.

1. 파리 오를리 공항의 아침, 모닝커피 한 잔의 여유

새벽같이 일어나 찾아간 파리 오를리 공항(Orly Airport). 시내와 가까워 짧은 일정으로 근교 국가를 다녀오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이번 여행의 발이 되어줄 항공사는 에어프랑스-KLM 그룹 산하의 저가항공인 트랜스아비아(Transavia). 초록색 상큼한 로고가 눈에 띄는 비행기다.

게이트 앞에서 따뜻한 모닝커피 한 잔과 바삭한 크루아상을 깨물며 비행기를 기다렸다. 탑승을 기다리는 순간의 이 적당한 긴장감과 설렘, 이 맛에 계획 없는 즉흥 여행을 떠나는 게 아닐까?

 

우리나라 티웨이 로고와도 비슷해서 친근감이 느껴졌다.

 

2.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시내로! '아에로버스(Aerobús)' 이용법

약 1시간 40분의 비행 끝에 바르셀로나 엘 프라트 공항(El Prat Airport)에 착륙했다. 시간을 1분 1초도 허투루 쓸 수 없기에 가장 빠르고 편한 공항버스 '아에로버스(Aerobús)'에 몸을 실었다.

  • 공항버스(Aerobús) 이용 꿀팁 & 요금
    • 노선: 터미널 1(A1)과 터미널 2(A2)에서 출발해 시내 중심인 카탈루냐 광장(Plaça de Catalunya)까지 직행한다.
    • 소요 시간: 약 35분~40분 (배차 간격 5~10분으로 매우 자주 운행)
    • 티켓 가격: 편도 €10.25 / 왕복 €16.50 (버스 내부 와이파이 & USB 충전 포트 제공) 당연히 왕복을 끊었다.
    • 탑승 팁: 공항 밖으로 나오면 파란색 표지판의 'Aerobús' 승강장이 바로 보인다. 무인 매표기나 기사님께 카드로 바로 결제 후 탑승하면 끝! 나는 기사님께 카드결제를 했다.

3. 카탈루냐 광장도 식후경! 엘 코르테 잉글레스 백화점에서의 대만족 점심

공항버스의 종점인 카탈루냐 광장에 내리자마자 웅장하게 서 있는 '엘 코르테 잉글레스(El Corte Inglés)' 백화점이 반겨주었다.

급하게 오느라 꼬르륵 소리가 나는 배를 채우기 위해 곧바로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우선 지하 푸드코트에서 출출함을 달래줄 먹거리를 찾았는데, 우리나라 만두와 꼭 닮은 스페인식 파이 '엠파나다(Empanada)'를 발견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고기와 야채로 가득 차 있어 한 입 베어 물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약간의 요기로 입맛을 돋운 후, 백화점 최상층 식당가인 'La Plaça'로 올라갔다. 통창 너머로 카탈루냐 광장과 바르셀로나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끝내주는 뷰!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며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파에야와 싱그러운 샐러드를 즐기니 "아, 내가 드디어 스페인에 왔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4. 화면으로만 보던 가우디의 걸작, '구엘공원(Park Güell)'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웠으니 이제 본격적인 관광 모드! 카탈루냐 광장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언덕을 올라가 도착한 곳은 바르셀로나 여행의 필수 코스, 구엘공원(Park Güell)이다.

대책 없는 즉흥 여행이었지만, 구엘공원 티켓만큼은 급하게 미리 예매를 해두었다. 현장 판매 티켓은 매진되는 경우가 많아 그냥 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

화면이나 사진으로만 보던 구엘공원은 실제로 눈앞에 펼쳐지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멋졌다.

 

  • 알록달록한 타일 조각(트렝카디스 기법)으로 장식되어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과자의 집 같은 건물들
  • 공원 중앙에서 바르셀로나 시내와 푸른 지중해 바다까지 한눈에 담기는 탁 트인 전경
  • 독특한 기둥들이 소라 껍데기처럼 파도치는 형상의 돌 기둥 산책로(파도 동굴)

가우디라는 천재 건축가가 자연을 얼마나 사랑하고 존중했는지가 공원 구석구석에서 느껴졌다. 계획 없이 덜컥 찾아온 스페인이었지만, 이 구엘공원 하나만으로도 이번 1박 2일 여행은 이미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면 더 신기한 구엘공원의 명물, '파도동굴' 이야기

구엘공원에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눈앞에 거대한 바위 터널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파도동굴'이다. (공식 명칭은 ‘세탁부의 회랑’이다.)

실제로 이 길을 들어서는 순간, 거대한 지중해의 파도가 머리 위로 휘감아 치는 듯한 착시 현상이 들 정도로 기둥들이 안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다.

가우디는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라는 말을 남겼을 만큼 자연의 곡선을 사랑한 건축가였다. 이 파도동굴이야말로 가우디의 그 철학이 그대로 녹아있는 장소가 아닐까 싶다. 기둥 옆에 서서 포즈를 잡으면 마치 몸이 비스듬히 기울어지는 것 같은 재미있는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

이 공간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도 꽤나 흥미롭다.

 

 

  • 왜 '세탁부의 회랑'일까? 회랑의 여러 기둥 중 하나를 유심히 살피다 보면 머리에 빨래 바구니를 이고 있는 여인의 조각상을 발견할 수 있다. 당시 구엘 백작의 저택에서 일하던 하인들과 세탁부들이 오가던 통로이자 산책로였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신분이 낮은 일꾼들이 지나다니는 길조차 이렇게 동화 같은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버린 가우디의 섬세함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 자연을 그대로 담아낸 친환경 건축 가우디는 산을 깎아 평평하게 지형을 바꾸는 대신, 언덕의 경사를 그대로 살려 길과 다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온 바위와 돌멩이들을 버리지 않고 하나하나 모아 기둥과 천장을 쌓아 올렸다. 정교하게 다듬지 않은 거친 돌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 있어, 인공적인 건축물이 아니라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진짜 자연 동굴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강렬한 지중해 햇살을 가려주는 시원한 그늘막이 되어주기도 하고, 바라보는 각도마다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던 파도동굴. 구엘공원을 방문한다면 꼭 거닐며 가우디의 천재성을 느껴봐야 할 필수 포인트다.

 

  • 구엘공원(Park Güell) 방문 정보
    • 입장료: 일반 성인 기준 €18 (공식 홈페이지 사전 예매 필수!)
    • 교통편: 카탈루냐 광장 근처에서 24번 버스를 타면 공원 후문 근처까지 한 번에 이동 가능 (약 30~40분 소요).
    • 관람 팁: 햇살이 강하고 경사로가 많으니 편한 운동화와 선글라스는 필수다.

자느라 지칠 법도 한 일정이었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바르셀로나의 풍경 덕분에 엔돌핀이 솟구쳤던 하루! 다음 편에서는 바르셀로나의 시장구경과 1박 2일 즉흥 여행의 두번째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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