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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으라면, 배고픔과 정신없음 속에서도 마주쳤던 '그날 저녁의 풍경'인 것 같다. 알렉상드르 3세 다리에서 시작해 에펠탑이 보이는 마법 같은 거리, 그리고 이름 모를 골목 레스토랑에서의 따뜻한 저녁 식사까지. 내가 사랑한 파리의 저녁 산책 코스를 기록해 본다.
1. 콩코르드 광장과 오벨리스크
산책의 시작은 파리의 중심, 콩코르드 광장(Place de la Concorde)이었다. 알렉상드르 3세 다리로 향하는 길에 마주한 광장 중심에는 이집트 룩소르 신전에서 왔다는 거대한 '룩소르 오벨리스크'가 웅장하게 서 있었다. 황금빛 꼭대기가 흐린 하늘 아래서도 묘하게 빛났고, 저 멀리 마들렌 사원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파리에 와 있음을 실감 나게 했다.

2. 파리에서 가장 화려한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센강을 따라 걷다 보니 드디어 마주한 알렉상드르 3세 다리(Pont Alexandre III). 정교한 가로등과 기둥 위에 높이 솟은 황금빛 페가수스 동상이 어스름해지는 노을빛 하늘과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냈다. 다리 너머 왼쪽으로는 나폴레옹의 유해가 안치된 앵발리드(Les Invalides)의 황금빛 돔 지붕이 슬쩍 보였는데, 이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뷰는 정말 파리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멋지다.




3. 앵발리드를 지나 에펠탑 숨은 포토존으로
다리를 건너 웅장한 앵발리드 정면을 지나쳤다. 슬슬 배가 고파져 저녁을 먹을 식당을 찾아 근처 동네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식당 문이 닫을까 봐 마음이 급해 정신없이 걷던 중, 청록색 차양이 예쁜 'Petrossian' 레스토랑 모퉁이를 지나 한 블록을 더 들어갔을 때였다.
그 순간, 건물들 사이로 웅장하게 솟아오른 에펠탑이 눈앞에 나타났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은 '셍도미니끄 가(Rue Saint-Dominique)'라는 거리로, 클래식한 파리 건물들 사이로 에펠탑이 일직선으로 올려다보여 스냅 작가들이 사랑하는 숨은 명소라고 한다. 어스름한 저녁 하늘과 노란 가로등 불빛, 그리고 예쁜 브라세리(Brasserie) 어닝이 어우러진 이 장면은 내가 이번 파리 여행에서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인생 사진이 되었다.


4. 골목길 레스토랑에서의 행복한 저녁 식사
정신없이 걷다가 마침내 눈에 띄는 골목길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배가 너무 고팠던 터라 식당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곳에서 먹은 음식들은 정말 훌륭했다.
- 앤초비 피자: 짭조름한 앤초비와 고소한 치즈, 올리브가 듬뿍 올라가 도우까지 쫄깃했던 피자.
- 볼로네제 파스타: 진한 미트소스 위에 신선한 바질 한 장과 치즈 가루가 솔솔 뿌려진 클래식한 파스타.
- 구운 야채 샐러드: 가지, 호박 등이 맛있게 구워져 입맛을 돋우어 준 샐러드.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나니 긴장이 풀리며 행복감이 밀려왔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마저 완벽했던, 파리의 아름답고 다정한 저녁이었다.




5.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 창밖으로 마주한 황금빛 에펠탑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센강을 따라 숙소까지 아기자기하게 걸어가고 싶었지만, 이미 낮부터 시작된 산책으로 다리가 천근만근 피곤하기도 했고 늦은 시간이기도 해서 파리 시내버스를 타기로 했다.
그런데 버스를 타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 찾아왔다.
창밖으로 파리의 까만 밤하늘을 황금빛으로 밝히고 있는 에펠탑이 정면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 마침 에펠탑 꼭대기에서는 파리 시내를 비추는 푸른빛의 레이저 빔이 길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그 아래 잔잔한 센강 위로는 불을 밝힌 유람선이 유유히 지나가고 있었다.
하루의 피로가 버스 창가에 기대어 바라본 이 황금빛 야경 한 장으로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우연히 탄 버스 안에서 마주한 이 풍경은, 파리가 나에게 준 마지막 선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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