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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2개월 전, 나는 운이 좋게 지인의 아파트를 숙소로 쓰면서 파리 자유여행을 할 수 있었다. 센강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언제든 에펠탑을 마주할 수 있는 축복 같은 위치였고 아파트 아래 자리한 대형 슈퍼마켓 모노프리는 나의 완벽한 아지트가 되었다. 화려한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 대신, 통창 너머로 저무는 파리의 하늘을 바라보며 숙소에서 직접 차려 먹던 소박한 저녁 식사. 그것은 진짜 파리지앵의 일상을 빌려 사는 듯한 특별한 충만함을 주었다.

 

내 집 같던 15구 아파트 아래에는 매일같이 드나들던 보물창고, 모노프리가 있었다. 파리 시내를 돌아다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노란 장바구니를 들고 모노프리 안을 어슬렁거리는 시간은 그 자체로 소소한 행복이었다.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바게트와 종류별로 진열된 치즈, 그리고 가성비 좋은 와인 한 병을 골라 들고 갈 때의 발걸음은 늘 가벼웠다. 묵직한 장바구니를 들고 올라와, 창밖으로 파리의 저녁놀을 바라보며 직접 차려 먹던 식사는 그 어떤 미슐랭 레스토랑의 만찬보다 따뜻하고 풍요로웠다. 식재료가 있던 공간은 항상 즐거움을 주는 곳이다.

모노프리의 식품과 치즈 그리고 내부에 있던 카페에서 디저트와 커피

 

친구가 골프를 치러 간 날, 혼자만의 자유를 안고 향했던 비라켐 다리와 노천카페의 기억 위로 매일 밤 모노프리에서 사 온 음식을 나누고 라뒤레의 달콤함으로 채우던 일상이 겹쳐진다.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그 조각들이 이토록 선명한 건, 내가 그곳에서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라 파리의 공기를 호흡하던 '생활자' 같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리 위에서 웨딩 촬영을 하는 신혼부부와 상업적 촬영을 하는 것을 구경했다.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았던 그날의 햇살, 비라켐 다리의 부드러운 바람 그리고 노천카페에서 카페알롱제를 주문하여 마시면서 느긋하게 파리의 일상을 즐겼다.

 

 

숙소 위치 때문에 파리의 낭만을 제대로 즐길수가 있어서 어찌보면 행운의 여행이었다. 다시 파리로 갈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더 잘 즐길 수 있으리라. 그날처럼 바게트를 옆구리에 끼고 뜯어 먹으면서 거리를 걸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