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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달리 수국길

 

흔히 제주를 표현할 때 천혜의 자연환경이라는 표현을 쓴다. 사시사철 꽃들이 피고 겨울에도 푸르름을 볼 수 있는 곳. 그러다 보니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들로 제주는 꽃길이 열린다.

제주의 봄은 벚꽃길과 유채꽃이 어우러진 풍경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육지와는 다른 이국적인 풍경에서 피어나는 꽃들이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특히나 유채꽃은 제주의 돌담과 너무 잘 어울려서 그 옛날 엄마들이 왜 유채꽃을 보러 제주여행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사실 지금이야 일부러 관광을 위해서 조성하는 꽃길도 많아서 감흥이 덜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제주에서의 꽃길이 언제나 어느 곳에서의 꽃길보다 예뻤다. 제주에서 벚꽃길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전농로가 떠오른다. 좁은 2차선 도로의 양쪽으로 오래된 동네만큼의 벚꽃나무들이 늘어져 있는데 나이 들어가는 건물들과도 잘 어울려서 그냥 도로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건물 높이만큼 자란 오래된 벚꽃나무가 주는 느낌은 이제 자라나기 시작하는 나무가 주는 느낌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그곳의 작은 기념품 가게나 카페들도 그때만큼은 벚꽃의 혜택으로 호황을 누리게 된다. 제주시의 제주대학교도 벚꽃길로 유명하다지만 아직 거긴 못 가봤다. 그리고 유채와 벚꽃을 같이 볼 수 있는 거리로는 녹산로를 꼽을 수 있는데 갓길 주차를 하고 잠시 인증 사진을 찍은 뒤 드라이브를 하면 된다. 산방산 아래도 유채꽃 성지인데 주민들이 입장료 2천 원씩 걷어 들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유채꽃밭 속에서 산방산을 배경으로 하하 호호 웃으면서 그 시간을 즐거워한다. 봄날의 제주는 어딜 가나 다 이쁘다. 그것이 비록 벚꽃과 유채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들에 피어나는 들꽃만으로도 아름다운 곳이다. 그 외 갯무꽃은 제주에서 처음 본 것 같은데 보랏빛 갯무꽃이 무리 지어 피어 서 바람에 흔들릴 때면 갯무꽃 물결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여름 그리고 가을

6월에 제주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은 어딜 가나 수국을 만날 수 있다. 도록 곳곳에 가로수처럼 수국이 너무 탐스럽게 피어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수국들은 커다란 나무처럼 자라서 큰 송이의 수국꽃을 피우기 때문에 작은 꽃들이 모여 크게 한송이로 되어 있는 수국들이 가득 피어있으면 너무 탐스럽다. 흰색, 핑크색, 보라색, 파란색 등등 다양한 색으로 유혹하는데 화려하지 않아도 사랑스러움이 넘치는 게 수국이다. 그중에서 많은 장소 중에서 가본 곳을 이야기하자면 종달리수국길과 혼인지, 안덕면사무소 앞 그 정도 되겠다. 먼저 종달리 수국길은 도록 양쪽으로 수국이 일정 거리를 가득하게 채우고 있어서 드라이브하기 좋은 도로이다. 만약 동쪽으로 여행을 하시는 분들은 김녕부터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통해서 월정리, 세화를 지나 하도리까지 달려가면서 종달리로 이어지는 도로로 가시면 해안도로를 끼고 달리는 길이라 운이 좋으면 돌고래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아침의 나처럼. 하지만 종달리수국길에는 따로 주차장이 없어서 갓길에 잠시 차를 세워야 된다. 수국이 만개할 때는 진짜 많은 차량들이 지나다니기 때문에 그 점이 조금 불편하다. 두 번째 장소는 혼인지. 이곳도 사찰과 어우러진 수국이 너무 멋진 곳이다. 제일 좋았던 장소 같았다. 웨딩촬영도 많이들 하시던데 평일 조금 일찍 가니 조용하고 좋았다.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산책길도 있어서 좋았던 곳. 세 번째는 서귀포 안덕면의 면사무소 앞이었다. 제법 잘 자란 수국들이라 그리 범위가 넓지 않아도 충분히 수국을 볼 수 있다. 가을날의 제주는 핑크뮬리인 것 같다. 서귀포시의 카페 마르노블랑에 가면 계절별로 느낄 수 있다. 제법 넓은 면적을 아주 잘 가꾸시는 것 같았다. 음료를 마시면 그냥 들어갈 수가 있고 아니면 입장료가 있다.

겨울 동백

제주의 겨울은 동백이지. 붉은 동백이 숲을 이루는 곳들이 있으니 대구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들이 펼쳐지는 경이로움이 제주에서 본 동백숲이었다. 그중 동백포레스트는 단연 최고인 듯. 입장료가 있지만 아깝지 않을 풍경이었다. 동백을 볼 수 있는 시기가 그리 길지 않아서 더 붉은빛의 동백들이 아름다워 보이는 걸까 아니면 숲을 이루고 있어서 그런 걸까? 어찌 되었건 그곳을 그렇게 가꾸는 게 쉽지 않았을 테고 오랜 시간이 걸렸을 거니까 우린 당연히 입장료를 내고 즐기면 되는 것이라고 본다. 곳곳이 포토존이라 인생샷까지 담아 올 수 있다. 나는 여행을 왔을 때도 가본 곳이지만 제주에 살면서도 동백이 피어날 때 가장 먼저 찾은 곳이 동백포레스트다. 그 외 동백을 볼 수 있는 곳들이 많이 있지만 내게는 동백포레스트가 동백을 보기에 가장 좋은 장소인 것 같다. 그 외 제주에서 꽃을 볼 수 있는 곳은 보름왓이나 휴애리정도다. 보름왓에서는 계절마다 꽃들을 바꿔 심고 휴애리도 동백나무가 조성되어 있고 수국철에는 비닐하우스에 다른 곳보다 먼저 수국을 꽃피우긴 하지만 그래도 실내에 일부러 조성한 것보다는 야외가 좋지 않은가? 사시사철 푸르름과 함께 하면서 꽃을 피우는 제주는 자연환경이 다른 도시에 비해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해 줘서 제주에서 사는 동안 너무 좋았다. 그 외에도 입장료를 내지 않고 가볼 수 있는 동백포인트가 몇 군데 있긴 한데 짧은 길이지만 나름대로 아름다운 길이다. 제주에서 살면 사계를 다 지내봐야 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게 맞는 것 같다. 꽃들의 향연만 봐도 제주는 사계를 지내봐야 될 것이다.